
살아남은 시간 말고, 살아본 시간을 세어준다면
얘들아, 너희는 몇 살이니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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얘들아, 너희는 몇 살이니.
2019년 크리스마스이브, 생지옥 같던 도살장에서 만났는데. 어느덧 우리는 일곱 해를 함께 늙었네.
고작 한두 살 아가였던 너희도 이제 여덟 살, 아홉 살이 되었구나.
뜬장 안에서 보낸 날도, 오늘 죽을지 모른 채 웅크리던 밤도 모두 너희의 나이로 세어야 한다니. 그 숫자가 참 억울하다.
매일, 매끼 배불리 먹고, 마음 편히 늘어져 자고, 궁금한 건 죄다 킁킁거려 보고, 뛰고 싶으면 실컷 뛰고, 좋아하는 사람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.
그런 시시하고 평범한 하루를 살기 시작한 건 한참 뒤의 일이었는데.
그런데 참 이상하지. 한두 살이던 2019년보다 여덟 살, 아홉 살이 된 지금의 너희가 오히려 더 앳돼 보여.
이제야서야 조금이나마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개의 삶을 살기 시작해서 그런가.
잃어버린 시간을 돌려줄 수는 없겠지만, 앞으로는 너희를 세상에서 가장 기다리고, 반겨주고, 사랑할 가족이 생겼으면 좋겠어.
우리 아기. 우리 강아지. 우리 집 귀한 자식. 너희를 부르는 말 앞에 꼭 “우리”가 붙었으면.
얘들아, 앞으로 너희에게 남은 시간은 사랑받느라 바쁜 시간이었으면 좋겠다.
#시흥개농장 구조견들. 사랑해 고마워.